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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by HYOLIFE 2023. 1. 17.

이 책은 실화인 것 같다.
여주인공은 과학자 아빠를 둔 음침한 소녀다.
곱슬머리 남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양성애자임을 알게 되고 헤어진다.
그녀는 삶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물고기 분류학의 아버지였던, 생물계의 피라미드 구조를 완전히 밝혀내어 그 속에서 신의 섭리를 찾고자 했던, 그 목표를 위해 평생을 바쳤고 때로는 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때로는 사람을 죽일 정도로 잔인하기까지 했던 그.
그러나 그에 대한 조사를 마칠 무렵, 그를 철저하게 농락하는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된다.
좀 더 발전된 과학 속에서, 유전적 유사성을 두고 따졌을 때 어류는 자기들끼리보다는 포유류, 양서류 등 물 밖에 있는 동물들과 더 비슷하다는 것.
즉, 사는 곳이 서울이냐 지방이냐로 인간과 인간 아님을 구분지을 수 없듯이 물고기도 물에 사는 것뿐이고 “어류”라고 구분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인공은 허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아. 너도 중요하지 않아. 라는 말로부터 벗어나고자 이 일을 시작했으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녀는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고 이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즉, 우리는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얇고 보이지 않는 끈,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그것이 우리를 중요하게 만든다.

그녀는 결국 양성애자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과학은 언제나 사실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는 그 커튼 너머 자연이 주는 자유로움을 보아야 한다.

나는 그 커튼들 너머, 우리가 자연 위에 그려놓은 선들 너머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다윈이 거기 있을 것이라 약속했던 땅, 분기학자들이 볼 수 있었던 땅, 어류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은 그곳을.


사람들은 언제나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연에 질서가 없듯, 세상에 틀린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것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글씨체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음침한 디자인의 일러스트는 별로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