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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밝은 밤, 내 안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

by HYOLIFE 2022. 5. 29.
밝은 밤 - 10점
최은영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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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요즘 소설을 잘 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니 좋았다.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어쩌면 그 마음이 억지로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지도 몰랐다.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몽실언니> 소설책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좋아했다.

그 책에 나오는 몽실언니가 우리언니같았고, 몽실언니를 따르던 철없는 동생은 나인 것 같았다.

<밝은 밤>을 읽으니 <몽실언니>가 떠올랐다. 주인공이 여자아이고, 한국전쟁 즈음이 배경이고, 

잡초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태도 등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랬나보다.

 

주인공과 엄마가 싸우는 이유는 서로가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이다.

엄마는 딸이 훌륭하고, 그럴 듯하게 살길 바라나 그러지 못함에 화가 나고,

딸은 그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바랄 뿐인데 그걸 받지 못해 화가 나고,

그렇게 둘 사이는 남보다도 못한 서먹한 사이가 되어 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잘못된 방식으로 인생을 흘려보냈으나,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해야만 하기에 눈과 귀를 막고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

 

인간이란 원래 진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덮어두고 모르는 척 하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나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진실을 파고들고 들추어내고 싶어 하면서,

왜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들여다보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진짜 치료해야 하는 마음의 상처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인데.

 

나에게는 어떤 마음의 상처가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줄거리]

 

이 책은 고조할머니(백정) - 증조할머니(이정선, 삼천 아주머니) - 할머니(영옥, 70대) - 엄마(길미선, 50대) - 주인공(이지연, 32) 로 이어지는 는 개인사를 담고 있다. 새비 아저씨, 새비 아주머니와 희자, 명숙 할머니도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지연은 바람 핀 남편과 이혼한 뒤 엄마를 피해 희령으로 이직해 내려간다. 거기서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할머니와 교류하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한다.

 

증조모는 백정 부모의 딸이었고, 아버지 없이 앓아 누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당시는 일제 강점기였고, 일본군인들이 위안부로 여자들을 잡아가던 시대였다. 증조부는 돈이 꽤 있는 양민 집안의 막내 아들이었고, 교회에서 배운 "하느님 아래 모든 인간에게는 귀천이 없다"는 가르침에 심취되어 지하철에서 옥수수를 팔던 증조모를 데리고 개성으로 도망간다. 하지만 가난한 생활 아래 증조부는 한 순간의 치기 어린 마음으로 내가 내 인생을 망쳤구나 하는 마음으로 집안에 정을 못 붙이고 산다. 아내도, 딸도 그에게는 자신을 모셔야 마땅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증조모는 영옥을 낳고, 증조부의 친구인 새비 아저씨네는 3년 후 희자를 낳아 영옥과 희자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다가 새비 아저씨는 돈을 벌러 일본으로 떠나고, 3년 뒤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간접적으로 맞고 돌아온다. 이후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고향인 새비로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지만 결국 사망한다. 

 

 

전쟁이 터지고, 새비네는 다시 개성으로 내려오지만 증조부는 산에 끌려가 총살당했다는 새비아주머니의 오빠 소식을 듣고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새비네를 쫓아낸다. 그 길로 새비네는 명숙 할머니가 있는 대구로 내려가고, 얼마 후 전쟁이 확산되자 증조부도 본가 사람들을 찾아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로 내려간다. 하지만 서울집은 온데간데 없었고, 증조부는 좌절한 채 결국 대구로 내려간다. 대구에서 명숙 할머니의 보호 아래 두 가족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증조부는 본가 사람들을 찾고 싶었던 마음 때문인지 갑자기 군대에 입대하고, 돌아온 뒤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은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이상해진다.

 

어느 날 영옥(할머니)은 자신을 본처가 있는 남자임을 알면서도 딸을 속이고 시집보낸 아버지에게 죽어버리라는 저주를 퍼붓고, 실제로 몇 달 뒤 아버지는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그렇게 증조모-할머니-엄마 3대 여자만 남게 되었다. 엄마인 길미선은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으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에게 거리를 두며 자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취업해 올라가 아빠를 만나 결혼했다. 두 딸을 낳았으나 언니는 죽었고 둘째딸만 남았다. 사랑을 듬뿍 주던 엄마는 첫째딸의 죽음 이후 데면데면한 엄마로 바뀌었다. 아이 잃은 슬픔을 잊고 살기 위해 자신의 슬픈 마음을 계속 덮어두려 하다 보니 스스로를 온전히 내보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은 엄마처럼 "괜찮은 척"하기의 달인이 되었고,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그 마음으로 결혼을 하니 당연히 아내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그 남편은 온전한 사랑을 집 밖에서 애인을 통해 찾고자 했고, 결국 둘은 이혼한다.

 


 

[ 읽고 난 후 ]

 

혹시 나도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중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 거 아닐까?

열심히 공부해서 독일로 유학 가 박사까지 따고 암호학자가 된 희자와, 희령에 남아 친구들과 놉 가서 일하고 계모임 해서 제주도 여행 가며 소소하게 사는 할머니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둘 다 겉으로 보면 괜찮은 삶인 것 같지만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아니다. 진짜 행복한 삶이란 어떤 걸까?

 

사람이 살면서 평생 행복만 할 수는 없다. 불행이 오고, 불행을 꿋꿋하게 견디어내면 어느새 행복이 오고 한다. 누군가 나에게 "네가 앞으로 겪을 행복과 불행을 선택해 봐라. 단 1:1로 선택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어떤 걸 선택할까?

 

명예

가족

건강

친구

사랑

 

6가지 중에 3가지를 선택한다. 선택하지 않은 3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할까?

증조할머니에게는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고, 건강이 있었다. 부와 명예, 사랑은 없었다.

할머니도 똑같았다. 엄마도, 주인공도 마찬가지네!

 

부와 명예, 사랑은 어려운 거구나..

아, 희자에게는 명예가 있었다. 대신 가족을 잃고 나서야 명예가 생겼다.

오 이거 재미있네.

 

난...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가 어렵다. 그냥 다 절반만 가지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