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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리뷰] 추억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책

by HYOLIFE 2021. 12. 3.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10점
이미예 지음/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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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1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도서관에서 힘들게 예약해서 받은 책.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아이디어가 너무 참신했던 기억이 있다.


 

줄거리


2권은 주인공 페니가 일한 지 1년이 되어 백화점 밖의 영역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뒤의 이야기다.
페니는 달러구트, 모태일과 함께 꿈 제작자들이 모여 사는 컴퍼니 구역으로 가게 된다.
그 곳에는 1권에서 보았던 전설의 꿈 제작자들은 물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페니의 친구인 아쌈이 취직한 비밀의 세탁소 등 새로운 곳들이 가득하다.

페니는 입사동기 모태일과 컴퍼니 구역을 구경하고, 민원관리국에 가서 단계별 민원들도 듣게 된다. 꿈 제작의 어려움도 알게 되고, 꿈을 제작하는 재료들도 보게 되며, 꿈 테스터가 되어 꿈을 체험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3단계 민원 중 2개를 해결하게 되는데, 하나는 792번 단골손님으로 6년 전 시력을 잃고 난 뒤 꿈 속을 현실세계보다 생생하게 느끼며 많은 꿈값을 지불했던 손님이었지만 차츰 꿈에서조차 암흑을 겪게 되며 어둠 속에 빠져버린 이야기다. 계속 어둠 속이었지만 그는 페니의 따뜻함과 상담사 선생님과의 교감 속에서 위안을 받는다.

바로 그 상담사 선생님이 알고 보니 1번 손님이었는데, 2층의 비고와 사랑에 빠졌다던 그 손님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루시드 드리머로 자각몽을 꾸는 능력이 있었지만 꿈을 너무 신나게 꾸는 바람에 현실세계가 아닌 꿈의 세계에 더 집착하게 되었고 이를 걱정한 달러구트의 말로 인해 자각몽을 접게 되면서 비고와 영영 이별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페니의 재치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꿈"을 만드는 전문가인 꿈 제작자와 협업하며 꿈 백화점 사람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녀의 모습을 전달하며 그녀는 추억을 되찾게 된다.

모두 해결한 줄 알았는데, 이번엔 아무 민원도 제기하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단골손님 2명을 다시 오게 해야 하는 과업이 주어졌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아쌈의 세탁소 안에 숨어 있었는데,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허무해진 아주머니와 계속되는 실패 속에 좌절해버린 청년이었다. 그들에게 삶을 다시 살아갈 희망을 준 것은 역시 페니였는데, 그들에게 행복했던 추억을 다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꿈을 선물했다.

이렇게 "추억"을 테마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특히 달러구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추억" 파자마 파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기억들을 생생하게 되새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완전히 새로운, 그렇지만 우리 세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판타지같은 알록달록한 세계관을 그려내듯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마치 해리포터같은 소설이다. 해리포터가 장편소설인만큼 좀 더 치밀하고 박진감 넘치고 어두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 책의 가볍고 신나는 분위기도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영화화한다면 마치 찰리와 초콜릿공장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고 순수하지만 인생의 진리를 말하는 이야기.


추억의 소중함


인상깊었던 것은, 달러구트가 25년을 공들여 준비한 파자마 파티의 테마를 페니가 제안한 "추억"으로 삼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추억이라는 것은 녹틸루카 세탁소에 숨어있는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마법이었다는 것이다.

요즘의 내가 딱 그랬었다. 무기력에 빠져,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의 톱니바퀴 위에 앉아 덜컹덜컹 그저 멍하니 흘러가는 하루하루였다. 당연히 삶이 불만족스럽고 재미있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녹틸루카 세탁소 동굴 속 빨랫감들 사이에 숨어 지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딱 그랬다.


그 손님들을 구해낸 건 추억이었다.
행복했던 소소한 일상들,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쁨이 있었던 과거,
그 추억을 생생하게 느끼고 난 뒤 손님들은 활력을 되찾았고, 행복을 되찾았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학교 끝나고 나비와 꽃들을 구경하며 집으로 가던 길. 친구네 집에 놀러가 요리한답시고 온 거실을 어질러놓았던 일. 언니와 김밥천국에서 라볶이와 고구마치즈돈까스를 나눠먹던 일. 대학교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은 날. 과방에 핸드폰 충전해놓고 뒹굴거리며 공강시간을 보내던 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발견한 선물과 응원의 편지.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비싼 한정식을 먹으며 어른인 척 자축하던 일. 밤마다 아무도 없는 장미정원을 산책하던 일. 노래 잘 부르는 친구들과 코인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부르던 순간들. 홍대에서 밤새 놀고 첫차 타고 집에 가던 순간들.
추억을 많이 쌓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몸이 우리가 먹은 것들로 이루어지듯이, 우리의 영혼은 우리의 추억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이 기억을 잃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듯이, 우리의 추억들이 바로 우리라는 사람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네가 죄책감 맛을 알아?


니콜라스와 막심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처음 둘이 비시즌인데도 감정 가루를 사러 내려와서는, 죄책감을 몰래 사고 있는 모습이 미심쩍게 나왔을 때는
산타클로스가 나쁜 일을 꾸미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은 지옥에서 누가 안 잡아가나? 왜 멀쩡히 살아있지?"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강하니까 이럴 수 있는 것이다 / 나는 인생이 힘들어서 이래도 된다 는 식이다.
그래서 막심의 포춘쿠키를 잔뜩 먹고 평생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린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막대한 벌금이나, 감옥행보다도 끔찍한 형벌이 매일 밤 지옥을 겪는 것이다.



온갖 드라마, 영화, 소설 속에서는 그런 정의를 구현해주는 인물이 있다.
해리포터, 드라마 도깨비, 결국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정의로운 사람은 행복하게 산다.
현실에서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현실은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지옥처럼 사람들은 그저 처한 상황에 따라 쉽게 인간성을 포기한다.
물론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게 과연 개인적인 문제인지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봐 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생존에 위협이 될 정도로 궁핍해지지 않도록 저축을 하고 보험을 들고 일을 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못나질 때에는 스스로를 다잡고 마음을 돌봐야 하고,
잘나가게 될 때에도 가진 것을 놓치지 않으려 움켜쥐기보다는 더욱 베풀고 배려하고 나누어야 한다.



세상이 마음에 안 든다. 이 사회는 글러 먹었다.
이런 생각만 하며 불평 불만을 늘어 놓으며 살던 대로 사는 건 너무 못나지 않았나

마음에 안 들면 내가 위로 올라가서 바꾸면 되지!
힘쎈애가 약한애를 괴롭히는 게 마음에 안 들면 내가 힘쎈애가 되어 약한애를 괴롭히지 않으면 되고,
공부 잘하는 애가 재수없게 친구들 무시하는 게 마음에 안들면 내가 공부 잘하는 애가 되어 친구들을 배려하면 되고,
라인 따지며 정치질하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내가 위로 올라가서 라인 따지지 않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면 된다.

설사 그렇게까지 될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저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며 살던대로 사는 것보다는 멋있어 보인다.